미합중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긍정의 힘’은 성공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고 계획성, 재능, 부모의 재산이 중요하다는 말이 정확한 출처없이 떠돌아 다닌 적이 있다. 무엇을 성공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겠지만 — 물론 성공 자체를 어이없어 하는 사람도 있겠다 — 크게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하나씩 따져보자. 부모의 재산, 이게 없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는가. 가난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이 꽤 있는 걸로 보면 반박될 가능성이 있다. 재능, 이건 타고난 신체 조건 같은 것도 포함할테니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할 것이다. 남는 건 계획성이다.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재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재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게 한 순간에 뚝딱 이루어지는 게 하나도 없는, 수공업적인 연마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것 역시 여러 차례 해보면서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아이들에게 그런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부모가 물려주는 ‘재산’일지도 모르고.

상황을 가정해보자.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여 자주 한다고 치자. 요즘 이 게임이 무시무시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이게 도덕적으로 나쁜 것인지, 아예 법적으로 범죄인지는 규정되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가 게임하는 것이 발견된 순간, 길거리에서 사람 서넛 죽이고 온 자를 대하듯이 눈을 치뜨고 ‘너 게임하는거냣’ 하면서 다그칠 일은 아니다. 일부러라도 심드렁하게 ‘게임을 하는겐가’ 하는게 좋겠다. 부모가 별거 아닌 것처럼 대해야 아이도 집착을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좀, 합니다’라고 대답한다면 — 이렇게 대답하는 경우에야 부모 자식 사이에 신뢰가 있는거라 할 수 있다 —, ‘그으래… 그거 재밌는거냐’라고 다시 물어보고, ‘그렇다’고 한다면, 이때 진지하게 한번 말해보자. ‘계획 세워서 하고 있는거냐!’ 게임에 계획이라니?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아이들 하는 일 중에 계획 세워서 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공부는 계획 세우자니 싫고, 그래도 재미있는게 게임이니 그거 계획 세워서 해보라 하면 그나마 흥미가 당기지 않겠는가.

계획을 세워오면 ‘더 자세히… 각각의 게임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상세히…’ 이렇게 주문을 해보자. 게임 하나 하자고 계획을 이렇게까지 세워야 하나 싶어서 좌절할 아이도 있을테고, 계획 세우기에 관련된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기어이 게임을 하게 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재미삼아 계획 세우기를 해보라고 권하려면 자신이 먼저 계획 세우기를 해봐야 할 듯하다. 자신도 하지 못하는 일을 남이 하지 않는다고 훈계하고, 야단치고, 비난하는 짓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내가 못하는 일은 나보다 훨씬 어리고 경험도 없는 ‘내’ 자식도 못한다.

앞에서 신뢰라는 말을 슬쩍 꺼냈는데, 그것도 그렇게 간단하게 생겨나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만나는 남이야 대충해도 믿음을 쌓을 수 있지만 날마다 얼굴 보고 지내는 사이에서는 한번 생겨난 믿음도 사소한 일로 깨져 버린다. 그러면 신뢰는 어떠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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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좀 되지만 얀 칩체이스라는 사람이 쓴 《관찰의 힘》이라는 책에 그걸 짐작해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이 책은 신뢰를 전문적으로 분석한 책이 아니고 시장에서 팔릴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들 읽으라고 나온 것이다. 그러니 그냥 읽고 내 이야기에 끌어당겨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각각 신뢰/불신의 결정을 내려는 맥락은 지역 범죄율, 시각 및 후각적 맥락, 낯선 이들의 친절도 등 주변 환경과 거기에 개입되는 모든 요소들로 특징지어진다. 그리고 신뢰의 정도를 가늠하는 여섯 가지 일반적 차원은 다음과 같다.

  1. 진품성(authenticiy):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는 특성
  2. 약속이행성(fullfillment): 제품이 약속하는 기능을 그대로 실현해내는 것
  3. 가치(value):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 대비 품질 수준
  4. 안정성(reliability): 제품이 충분한 일관성을 가지고 기능을 발휘해서 그 제품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반드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
  5. 안전성(safety):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
  6. 의존 가능성(recourse): 제품이 고장나면 생산자나 판매자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보장의 명시적·내포적 의미

여섯 가지나 되니까 복잡해 보이는데 그냥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자면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만큼 해주는 능력’이 신뢰다. 한 마디로 하니까 쉬워 보여도 해보면 쉽지 않다는 걸 해 본 사람은 안다. 그러니 늘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계획 세우기도 마찬가지겠다.